98학번 선배(삼성전자 이낙경 과장님)가 재학생 후배에게 전하는 말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생입니다.
98년도에 입학해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닌지 10년쯤 되었습니다.
그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다보니 회사에서도 어느덧 벌써 과장입니다.
오늘 우연히 문득 학교 생각이나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저기 보니 제가 다닐때하고는 사뭇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10년이라는 세월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한데, 사회는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행복 해야할 캠퍼스가 스펙이라는 장벽앞에 사뭇 전쟁터와 다르지 않고,
취업이라는 관문앞에 지식 습득의 즐거움 따위는 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지만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소위 스펙은 참 화려한데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는 정말 부족하기만 합니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다보니 학생들은 스펙 쌓기 말고는 별다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먼저 사회에 나와 일하고 있는 선배로서 정말 스펙은 스펙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 만나는 재학생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스펙은 최소한이다."
제발 스펙 쌓기에 4년이라는 대학생활을 모두 허비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진짜 프로가 될 준비를 해야합니다.
물론 후배들은 이렇게 반론합니다.
"스펙 쌓기 말고는 할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그게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스펙을 열심히 쌓으면,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되긴 하나요? 정말 그런가요?"
신입사원이 일하면서 하는 많은 실수 중 한가지가 "중간보고"입니다.
상급자가 어떤 일을 지시하면, 보통의 신입사원은 "최종보고"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리고 "최종보고"를 하게되면, 열의 아홉은 여지없이 상급자에게 지적을 받게 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입사원은 그 일을 통해서 상급자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상급자는 상상 이상으로 바쁩니다.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조차 많은 시간 할애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신입사원은 상급자 기준이 아닌 본인 기준으로 일을 하고 보고를 하니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중간보고"입니다.
"중간보고"는 상급자와 신입사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간극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상급자가 일의 진척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며, 최종 보고의 완성도를 높여주게 됩니다.
이런건 누가 가르쳐 줄까요? 회사에 가지 않고는 배울 수 없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또 경험하고 있습니다.
전공수업에서 과제나 프로젝트를 할때, 중간발표 또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준비 과정의 성실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간 과정을 통해 과제나 프로젝트가 필요로 하는 바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지금까지 결과물에 대한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서 최종 결과물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스펙"이 전부가 아닙니다. 저도 그랬고, 저희 후배 사원들도 그렇습니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충실히 보냈고, 프로가 되기 위해 얼만큼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취업하기 힘듭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산업공학과... 나아가 아주대학교 졸업생으로서의 경쟁력 또한 상당합니다.
어쩌면 여러분들 인생에서 마지막 학창시절일 수도 있습니다.
공부든... 동아리/소학회든... 연애든... 그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그 무엇이라도 하십시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리는 시간만큼 후회되는 것도 없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 하시고, 항상 사랑하십시요.
여러분들 보다 겨우 몇년 먼저 사회에 나왔을 뿐인 한 선배의 훈수였습니다.